훤칠한 키에 마른 몸을 가진 중년의 남자.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하던 그는 갑자기 걸음을 멈춰 선다. 물끄러미 하늘을 보며 읊조리는 남자. 그는 말한다. “배가 고파졌다(하라가 헷타·腹が減った).”일본 인기 드라마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는 주인공 고로가 먹고 일하는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그의 하루를 재현한다. 반면 최근 개봉한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사진)는 고로가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는다.이야기는 고로가 옛 연인의 아버지가 의뢰한 그림을 가져다주러 프랑스 파리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림을 보고 고향이 그리워진 옛 연인의 아버지는 고로에게 어린 시절 먹었던 국물 요리를 찾아 달라는 황당한 의뢰를 맡긴다. 고로는 ‘잇짱지루’라고 불리는 국물 요리를 찾기 위해 떠난다.드라마가 도쿄의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실제 존재하는 식당과 유명 메뉴를 소개하는 패턴이었다면, 이번 영화 버전은 파리에서 나가사키의 한 섬으로, 그리고 또 다른 섬에서 한국의 거제도에 이르기까지 범세계적인 루트를 탐험하며 식당을 찾는 것으로 여정을 확장한다.이런 시도는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무모하다. 예를 들어 두 가지 기내식(비프스튜와 야키토리동) 중 하나를 선택할 때도 심혈을 기울이는 고로의 모습이라든지, 기내식을 놓친 그가 아사 상태에서 파리에 도착해 정통 프렌치 식당을 찾는 과정은 드라마에서 재현할 수 없던 스케일과 소재를 보여주는 유쾌한 상황극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식재료를 찾기 위해 섬을 찾다가 표류한다는 설정, 그리고 표류한 섬이 여성들만 사는 식품연구소라는 설정 등은 몰입을 방해할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진다.주제와 작품성보다는 음식과 식당 그리고 공간의 추억으로 사랑받은 드라마를 영화화한 프로젝트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영화를 보는 기준은 일반 영화를 평가하는 것과는 달라야 할 것이다. 이야기적 개연성보다는 고로가 음식을 만나는 순간, 그리고 그가 음식을 마주하는 태도와 느낌을 중추로 하는 이번 영화 버전이 드라마가 쌓아 올린 명성과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결과적으로는 영화 버전 역시 만족스럽다. 고로를 연기하는 마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국립무용단 ‘미인’의 최종 드레스 리허설에서 단원들이 주요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립무용단이 올해 첫선을 보이는 신작 <미인>이 3일 막을 올린다. 전 회차 전 객석이 매진을 기록했을 정도로 기대를 모은 작품답게 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최종 드레스 리허설 무대도 관객들의 뜨거운 열기로 달아올랐다.<미인>의 1막은 신윤복의 미인도 속 여인을 연상시키는 무용수의 실루엣으로 독무를 시작한다. 이어 고려시대부터 전승된 민속놀이인 ‘놋다리밟기’를 재해석한 춤을 거쳐 승무와 나비춤, 강강술래까지 이어지는 동안 무대 위를 밝히는 달은 기울었다 차올랐다를 반복한다. 초승달→보름달→그믐달로 변함에 따라 무대 위 시간과 감정도 자연스레 순환한다.전통춤 공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부채춤은 파워 넘치는 군무로 재탄생했다. 탈춤 또한 한국적 카니발로 세련되게 재탄생했다. 신윤복의 풍속화 ‘쌍검대무’에 등장하는 장검과 단검을 극명하게 대비시킨 칼춤도 신선한 파격이었다.전 회차 객석이 조기 매진됨에 따라 국립극장은 이날 열린 드레스 리허설을 일반 관객에게 유료 공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조기 마감돼 <미인>에 쏠리는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 같은 인기의 배경에는 ‘어벤저스 창작진’이 있다.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비롯해 연극·영화·뮤지컬 등에서 활약해 온 양정웅이 연출과 구성을 담당하고, 지난해 Mnet ‘스테이지 파이터’에 안무코치로 출연한 정보경이 안무를 맡았다. 보그코리아 등에서 30년간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한 서영희가 의상·오브제 디자인을 맡았다. 무대 디자인에는 에스파·NCT127·아이브 등 K팝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신호승 아트디렉터가 참여했다. 음악은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이날치의 리더이자 드라마 <정년이> 음악을 맡았던 장영규가 책임진다.양정웅 연출은 “한국 예술계를 대표하는 어벤저스 창작진을 한자리에 모았다”라며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최고의 창작진이 뭉쳐 독창적인 방식으로 한국의 미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미인>의 또 다른 특징은 국립무용단의 여성 무용수만으로 캐스팅을 구성했다는 점이다. 무용수의 정교한 몸짓과 강렬한 에너지의 대비를 동시에 담아냈듯 전통미와 현대적 감각을 넘나들겠다는 게 연출 의도라고 한다. 양 연출은 “평소 좋아하는 민속춤을 여성이